[도서]『에베레스트의 작은 거인들』(Everest) 렛츠 리뷰 ♪


1。신판 VS. 구판
2。옥의 티 / 등반장비 열전
3。렛츠 리뷰 ♪

분류: 청소년 문학
지은이: 고든 코먼 (Gordon Korman) HP
옮긴이: 남문희
출판사: 달리
발행일: 2008년 1월
ISBN: 978-89-5998-044-4




훑어보기*…*…*…*…*…*…*…*…*…*…*…*…*…*…*…*…*…*…*…*…*

실물 표지가 생각보다 예쁘다. 반짝이는 느낌이 좋고,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인만큼 옆표지에도 일반적인 가로/세로쓰기가 아니라 산의 경사에 맞추어 제목을 쓴 것이 인상적이다. 펄지로 된 겉표지를 벗기면 하얀 바탕에 겉표지와 같은 도안이 그려져 있어서 깔끔하다. 대개 하드커버 책은 겉표지를 뗐을 때 썰렁한 느낌이 드는데 이 책은 그게 비교적 덜한 편. 하지만 내부 편집과 구성은 아쉬운 점이 많다. 자세한 것은 보충 포스팅인 신판 VS. 구판에 언급했다 : )
《 표지 이미지 출처: 알라딘

뜯어보기*…*…*…*…*…*…*…*…*…*…*…*…*…*…*…*…*…*…*…*…*

북한산을 오르는 것도 꺼려하는 내게, 십대 청소년들의 에베레스트 정복을 다룬 이 소설은 좋은 대리 체험이 되었다. 대개 언론에서 에베레스트나 K2 등을 정복한 산악인들을 다룰 때에는 정상에서 화려하게 주목받는 모습에 스포트라이트를 주니까, 정작 그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렇게 높은 산을 오르는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서미트 원정대를 선발하는 과정을 다룬 제 1장보다 원정대가 네팔에 가서 본격적으로 등반을 시작하고 또 여러 장애물을 만나는 뒷 장들에서 훨씬 집중이 잘 되었다.

높은 곳으로 등반하고 낮은 캠프에 내려가서 휴식을 취하며 고도에 적응하는 것, 여름 계절풍이 시작되기 전에 날씨가 좋을 때를 맞이해 정상에 도전하는 것 같은 일반적인 등반 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캠프 내에서 대원들이 생활하는 모습도 재미있는 요소가 많았다. 아무것도 없는 캠프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한 영화만 여덟 번을 돌려 본다든가, 비싼 돈을 지불하고 고산 마을에서 산 통조림이 죄다 가짜라든가…(이건 여행자들 공통이구나 싶었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기압이 낮아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수프 하나를 끓이는데도 대여섯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작가는 각 장의 초반부에 대원들 중 한 사람의 죽음을 언급하며 긴장을 고조시킨다. 그래서 어린 대원들 중 누가 어쩌다가 에베레스트에서 잠들게 될 지를 생각하며 끝까지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원정대 대원이 된 네 아이들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은 이 소설의 큰 장점이다.

도미니크: 이 아이에게 에베레스트는 올라가야 해결되는 '문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최선의 선택을 하는 판단력이 돋보이는 캐릭터. 착하고 성실하며 동료를 위하는 이상적인 산악인이다. 아무래도 주인공이다 보니 소위 '띄워 주는' 묘사가 상당히 많은데, 조금 줄여줬더라면 더 나은 효과를 낳지 않았을까 싶다. 가장 어리고 체격이 작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방해를 받지만 정작 신체능력이나 등반 기술을 보면 그런 핸디캡이 거의 없어 보인다. 알래스카, 로체, 에베레스트에서 보여준 이 아이의 능력은 이미 최고니까. 그나마 고산병 걸렸을 때가 먼치킨처럼 보이지 않았다.

페리: 원정대 스폰서인 삼촌의 대리 만족 차원에서 에베레스트를 오르게 된 아이다. 자신의 의지로 등반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에 산을 두려워하고, 또 산악인들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한편으로는 가장 상식인처럼 보이지만 또 그렇지만도 않다. 두려워하면서도 온갖 산과 절벽을 오르고, 그걸 해소하기 위해 장비를 이용한 확보 기술에 전념하고, 삼촌에게 가기 싫다는 말은 못 하면서 정작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걸 보면 이 아이의 소심벡터는 상당히 묘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다. 그 독특함 때문에 원정대 아이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사만다: 각종 익스트림 스포츠를 섭렵하고, 항상 '끝내 주거나' '극한'인 것을 추구하는 아이. 에베레스트는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가장 극에 달한 스릴을 즐길 수 있는 현장이라고 여긴다. 소심한 소라빵과는 거의 대척점에 선 캐릭터. 그러나 생명을 걸고 하는 등반 앞에서 이전까지 자신이 즐겼던 것들은 모두 그냥 '놀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말투나 행동이 눈에 띄는 데 비해서는 약간 존재감이 적었지만 3장의 종이비행기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건 역시 불변의 진리일까?

틸트: 최연소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산악인이 되어 이름을 날리는 것이 인생의 목표. 동네의 가난한 신문배달 소년에서 영웅이 되기 위해 애쓴다. 읽기 전에는 도미니크가 열네 살이니 최연소 에베레스트 정복을 노리는 틸트는 더 어리지 않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정작 책을 펴 보니 예상했던 것과 가장 이미지의 갭이 큰 캐릭터. 골목대장(bully) 스타일이었을 줄이야. 열다섯 살의 나이지만 듬직한 체격과 타고난 신체 능력, 두둑한 배짱이 있기에 자신이 승리자가 될 거라고 확고하게 믿지만 원정대에 자신보다 어린 도미니크가 있다는 것에 크나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고만 있지도 않는다.

뒷이야기*…*…*…*…*…*…*…*…*…*…*…*…*…*…*…*…*…*…*…*…*

처음 읽을 때는 심드렁한 기분이었다. 원래 세 권짜리인 책을 한 권으로 묶으면서 생긴 부작용들이 눈에 밟혀서, 쉽게 읽히고 내용은 금방 눈에 들어오지만 왠지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비교를 위해 구판(2005년판)을 손에 잡으면서 처음 읽었을 때 놓쳤던 포인트들을 여럿 찾아낼 수 있었다. 기본 줄기를 알고 있으니 캐릭터들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삽화 덕에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수월했다. 장르가 소설이라서 보충 포스팅은 하지 않으려고 생각했지만…, 역시 구판의 장점이 있었기에 이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으니까 : )

다만 마지막에 묘사되는 '그 아이'의 죽음은 역시 허무하다. 성년이 아닌 주요 캐릭터가 죽을 때에는 비장한 느낌 아니면 희생자로서의 비극을 두드러지게 하는 상황이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렛츠리뷰

by 쵸코소라빵 | 2008/03/23 08:57 | 취미생활 | 트랙백 | 핑백(3)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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