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19일
[도서]『에베레스트의 작은 거인들』신판 VS. 구판

1。신판 VS. 구판
2。옥의 티 / 등반장비 열전
3。렛츠 리뷰 ♪
※ USB 연결선을 찾는대로 비교 사진을 첨부합니다 : )
이 책은 2005년에 '에베레스트의 아이들' 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되었다. 초판은 페이퍼백 세 권으로 이루어진 원서를 그대로 따른 구성이었는데, 이번 '렛츠 리뷰'의 대상은 올해 양장본 한 권으로 새단장을 하고 나온 제 2판이다. 재미있는 것은 2005년 판 '에베레스트의 아이들'(이하 구판)과 2008년 판 '에베레스트의 작은 거인들'(이하 신판)은 표지와 사양, 구성이 판이하기 때문인지 내용이 같은데도 읽을 때 드는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다.
| △ 표지 | *…*…*…*…*…*…*…*…*…*…*…*…*…*…*…*…*…*…*…*…*…* |

신판: 새파란 하늘과 순백의 설산을 대비시킨 모습이다. 산의 경사를 따라 제목을 배치한 것이 독특한데, 옆표지와 뒤표지로도 이어지는 그림이라 표지를 벗겨내어 펼쳐 보면 삼각산의 모습이 확 드러난다. 이미지 파일로는 눈에 띄지 않지만 펄감이 나는 종이를 사용해서 실제로 책을 보면 반짝거리는 것이 눈에 띈다. 앞뒤 날개도 모니터로 본 것보다 구성이 좋다. 그런데 뒷표지에 적힌 출판사 홈페이지는 2006년 말 이후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다. 새 책의 표지에 홈페이지를 명기한다면 그 독자들이 들어가 볼 수도 있을 텐데, 업데이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구판: 세 권 모두 김동성 씨의 일러스트가 표지로 쓰였다. 버섯 바위와 로프 확보, 헤드램프 등 소설 속 장면을 그리고 있어서 '적절하다' 싶은 느낌이다. 그런데 옆표지가 상당히 썰렁하다. 그냥 하얀 배경에 검은색 바탕체로 제목, 돋움체로 작가 이름을 쓴 것이다. 깔끔한 것도 좋지만 눈에 안 띄어도 너무 안 띈다. 옆표지만 보면 이 책이 2005년에 나온 책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 도서관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마치 1990년대 학급 문고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날개는 깔끔하지만 작가 소개에서 틀린 부분이 눈에 띈다. '12세에 첫 소설을 썼으며 14세에 이 소설을 출간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라는 대목이 있는데 작가는 1963년생이니 책이 1977년에 나왔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2002년 작이다. 인터넷과 이메일도 자주 등장한다.
| △ 구성 | *…*…*…*…*…*…*…*…*…*…*…*…*…*…*…*…*…*…*…*…*…* |
신판: 책 세 권을 한 권으로 묶으면서 짜임새가 좀 흐트러졌다. 목차에서부터 그런 점이 드러나는데, 언뜻 봐도 상당히 빡빡해 보인다. 원래 각 권의 제목이었던 '선발(The Contest)', '등정(The Climb)', '정상(The Summit)' 을 각각 장(章)으로 만들면서 구판에서 장을 이루던 부분들을 모두 페이지 표시 없이 소제목으로 뭉뚱그렸기 때문이다.
신판에서 소제목으로 지위가 내려간 이전 장들 사이에는 여백이 거의 없다. 그런 흐름이 1장 분량 - 약 170페이지 - 내내 이어진다. 물론 이 책은 문체가 간결하고 금방금방 읽을 수 있지만, 여백이 너무 적어서인지 쫓기듯이 읽는 기분이었다. 밑줄을 하나 긋고 시작되는 제목 형식은 디자인 요소를 중시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책에 자주 쓰이지만 왠지 이 책에는 안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특정 부분을 찾기가 어렵다. 안 그래도 쉴 틈없이 이어지는 구성인데 페이지 오른쪽 하단에는 선발, 등정, 정상이라는 각 장의 제목밖에 없기 때문에 이전에 읽었던 부분을 찾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얌전해진 틸트' 라는 소제목을 찾기 위해서 1장 '선발' 전체를 좌우로 넘겨 보는 것이다. 책갈피가 들어있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구판: 신판의 한 장(章)이 구판 한 권이다 보니, 신판에서 소제목이 된 부분들은 구판에서 각각의 장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들은 목차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갖고 페이지가 명시되어 있으며, 페이지 오른쪽 하단에도 '세계의 꼭대기로 가는 티켓', '시세로 대장의 걱정' 등 원래 모습으로 등장한다. 물론 장 사이의 여백도 여유가 있다. 그리고 각 장의 제목 아래에는 피켈, 아이젠, 미튼, 헤드램프 등 다양한 등반장비가 그려진 삽화가 들어가 있다. 삽화를 보며 '아, 이게 피켈이구나!' 라고 인지하는 것은 글만 읽으며 머리로 대강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이 차이는 특히 등반장비를 생소하게 느끼는 독자에게 크다.
+) 신판의 간기면에는 '내지 그림: 김동성' 이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김동성 씨의 그림이 없다. 아마도 구판의 간기면을 고쳐 쓰면서 오류가 생긴 게 아닐런지.
물론 이것은 책이 '아동 고학년 도서'로 나왔으며 세 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신판처럼 청소년과 성인을 목표로 하고 만든 500 페이지가 넘는 책에 일일이 여백을 두고 그림을 넣는 것은 너무 썰렁하거나 딱딱 끊어지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구판과 신판을 다 읽어본 결과 구판의 구성이 훨씬 읽고 찾고 이해하기 편안했다.
| △ 주석 | *…*…*…*…*…*…*…*…*…*…*…*…*…*…*…*…*…*…*…*…*…* |
신판은 내용주, 구판은 각주를 사용했다. 내용주는 생소한 단어가 주는 의문을 바로 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읽던 흐름이 끊기는 문제도 있다. 반면 각주는 주석을 나중에 읽을 수도 있고, 내용주보다 더 긴 서술이 가능하다. 이 책에서는 구판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데, 같은 대목을 비교해 보면 금방 눈에 띈다.
신판: 페리는 억만장자 삼촌이 있는 것은 코끼리와 트위스터 게임(회전판이 지시하는 위치에 손발을 놓는 게임)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구판: 페리는 억만장자 삼촌이 있는 것은 코끼리와 트위스터 게임*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
* 몇 가지 색으로 나누어진 커다란 종이 위에서 무작위로 정해진 색깔 위에 상대방와 번갈아 가며 손발을 놓는 게임. 하다 보면 서로 뒤엉키게 되는데 먼저 넘어지면 지게 된다.
신판만 읽었다면 별도의 검색 없이는 이게 도대체 어떤 게임인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초반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에서는 일곱 난쟁이들의 이름과 특징이 모두 등장하는데, 신판에서는 단 두 페이지 안에 본문주가 일곱 개나 들어 있었던 탓에 읽으면서 어질어질했다.
| △ 기타 | *…*…*…*…*…*…*…*…*…*…*…*…*…*…*…*…*…*…*…*…*…* |
신판은 얇고 평량(坪量)이 작은 종이를 써서 그 두께의 양장본치고는 비싸지 않으면서 가볍게 나왔지만,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께 때문에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는 어렵다. 반면에 구판은 미국 페이퍼백을 판형만 키워서 만든 느낌이다. 그래서 신판은 방에서, 구판은 지하철에서 읽었다.
서점가에서는 2000년대 초중반에 고급스러운 양장본이 한창 인기를 끌었다가 지금은 저렴하고 휴대성이 있는 쪽으로 유행의 무게중심이 조금 이동했다. 그런데 이 책의 신판과 구판을 비교해 보면 어쩐지 흐름을 반대로 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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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3/19 23:45 | 취미생활 | 트랙백 | 핑백(2)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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