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09일
[도서] 경제학 콘서트 (The Undercover Economist)
분류: 경제사상과 이론지은이: 팀 하포드 (Tim Harford)
옮긴이: 김명철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발행일: 2006년 2월
ISBN: 89-01-05488-4
출판가에서는 베스트셀러의 기본적인 조건으로 흔히 '3T'를 꼽는다. 적절한 시점(Timing)에 독자층(Target)을 잘 선정하고, 그들의 주의를 끌 수 있는 제목(Title)을 붙여서 서점에 내놓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학 콘서트' 에 3T의 요소들을 적용시켜 보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은 그래24 종합 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으며, 출간된 지 불과 두 달만에 43쇄를 찍은 히트작이다.
1. 시점(Timing): 요즘은 고용불안과 경기침체로 인해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 책 전후로 수많은 자산관리 (소위 '재테크' 라 불리는) 서적들이 인기를 끈 것도 그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2. 독자(Target): 그래24 자료에 따르면, 이 책을 구입한 사람의 48%는 20대라고 한다. 자기만족적인 삶과 노후대비, 자산관리에 관심이 많은 최근의 젊은 세대를 겨냥한 것.
3. 제목(Title):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의 대성공 이후, 실용서의 제목을 '○○(학) 콘서트' 로 짓는 일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경영학 콘서트, 화학 콘서트, 철학 콘서트 등…. 자칫하면 딱딱하게 느껴지는 학문의 이름이지만, 경쾌하고 즐거운 인상을 주는 '콘서트'를 뒤에 붙이면 부담없이 책을 집어들게 된다.
3T 이외의 요인을 꼽아 본다면 우선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으며 좋은 반응을 얻었던 '괴짜경제학' 과의 연계,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정한 느낌의 편집, 그리고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면서 친근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는 추덕영씨의 삽화를 들 수 있다.
이 책은 3년 전쯤에 읽은 '괴짜경제학'과 접근 방법이 비슷한데, 그 책보다는 화제가 더 무난하고 일반적인 경제학의 이미지에 가깝다. 학문의 특성과 저자의 약력 때문인지 지극히 서구 자본주의를 따르는 명쾌한 스타일이랄까. 대강 이런 식이다.
교통의 요충지에 있는 커피점의 커피가 비싼 이유는 시간이 부족한 고객들이 그 곳에서 사려고 하니까.
제품의 배치와 운송 수단의 서비스 차등주의는 돈을 많이 쓸 의도가 있는 고객들을 잡기 위한 것.
카메룬 등의 경제가 발전하지 않는 것은 정부에서 시작된 부패가 독처럼 작용하기 때문.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조지 애컬로프의 레몬시장 이론이다. 정보의 비대칭은 품질이 좋고 가치있는 상품(복숭아)이 시장에서 이탈하게 만들고, 결국 결함이 있고 이득을 적게 주는 상품(레몬)만 남게 되어 최종적으로 시장의 붕괴를 부른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레몬시장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건 역시 예전의 카드 대란일까? : ) 미국과 뉴질랜드에서 실패하고 영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주파수 경매나 결함투성이인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도 재미있었지만,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화제성이 덜해서인지 레몬시장 이론만큼의 묘미는 없었다.
이 책은 경제 개념을 이용하여 다양한 사회 현상들을 깔끔하게 풀어나가고 있지만 사실 100% 공감하기에는 꺼림직한 면이 있다. 자유무역을 다룬 부분이 한 예다. 저자는 각 국가가 상대적 우위에 있는 상품에 집중해서 수출을 하고, 상대적 열위에 있는 상품은 전면적으로 수입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주장한다. 언뜻 보기에는 이상적인 생각이지만 현재 전 세계의 곡물 가격이 급등하여 애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단순히 상대적 우위에 있지 않다는 사실만으로 그 산업에서 손을 떼는 일이 상당히 위험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음에는 이 책과 대비되는 입장을 취하는 '오래된 미래' 를 읽어 볼까?
마지막으로 번역. 경제·경영서적 전문 번역인으로 활동하는 분이 맡아서인지 딱히 어색한 부분 없이 술술 읽히는 느낌이 좋았다. 굳이 딴죽을 걸자면 '관습적 번역' 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이건 좀 아니다 싶은데 그렇게 번역하는 게 정석이 되어 버린 요소들이다. 왜 서양 남자들은 현재 우리말에서 잘 들을 수도 없고, 책에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 하오체를 쓰는 걸까? 이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이라면 몰라도 요즘 말에서 "~했소" 는 상당히 어색한 느낌을 준다. 또 하나의 관습적 번역은 남녀간의 대화에서 항상 남자가 반말, 여자가 존대말을 쓰는 것. 이 책 317, 318페이지에는 저자와 아내의 대화가 나오는데 원래는 경어와 평어의 차이가 없었을 이 대화에서 저자는 반말을 하고, 아내는 존대말을 하는 식으로 번역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50대 이상의 분들이라면 몰라도 요즘 부부들은 존대든 반말이든 동등하게 쓰니까.
+) 임프린트사 (Imprint社, 출판사가 특정 편집자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새로 만든 고유의 브랜드…?) 라는 단어는 어떻게 국어순화할 수 없을까? 있는 단어를 가져다 쓰는 것이 가장 편하지만, 그래도 우리말 표현으로 바꿔 보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 번 정착해 버리면 새로 국어순화를 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 by | 2008/03/09 16:38 | 취미생활 | 트랙백 | 덧글(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