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23일
[주절] 그래, 결심했어!
요즘 '고우영 십팔사략'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공교롭게도 한 권 차이가 나게 도서관에서 빌려가는 회원이 있어서 도통 진도가 안 나간다. 이제 겨우 2권인 춘추시대를 읽었는데, 3권인 전국시대가 내 손에 들어오려면 또 한참 남은 것. 이 시리즈는 확실히 인기가 있는지 오늘 갔을 때에도 중간 부분은 다 빠지고 없었다. 뒷 권을 먼저 읽는 버릇은 없으니 또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그런데 중국 고전이나 역사 관련 책은 특유의 단어와 말투(?)가 있기 때문에 삘이 맞을 때 열심히 달려야 한다. 그 순간 머리를 스쳐나간 생각.
고전 하렘물을 읽으면 되겠구나! *-_-)+
진짜 한동안 안 읽었는데, 어렸을 때 이런 엄친아 하렘 판타지[...] 꽤 좋아했다. 잘생기고 글 잘쓰고 무예에 능한 주인공과, 그를 줄줄이 따르는 미녀들. 요즘 하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이런 구성의 역사는 꽤나 길지 않을까? 장르를 결정했으니 이제는 작품을 고를 차례다.
첫 번째 후보는 금병매(金甁梅). 이건 판타지는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땐가, 삼국지나 수호지 옆에 있길래 생각없이 읽었다가 쇼크 먹었던 문제의 책인데, 사실 수호지와는 패러렐 월드라서 관련이 없진 않다;;; 잘 먹고 잘 사는 악질남 서문경과 그의 여섯 처첩 + @ 의 이야기였지 아마. 애초에 배경이 하렘[...]이고 자녀문제와 각종 암투, 서문경이 급사한 뒤의 일까지 나와 있으니 리얼 하렘물이라는 말을 붙여도 아깝지 않다. 워낙 예전에 축약본으로 읽었기 때문에 다시 읽어도 재미가 쏠쏠할 것 같고, 후보들 중에 제일 판타지 느낌이 덜한 것 같아서 이걸로 달리려고 결정했는데…. 집 근처 도서관에 책이 안 들어와 있어서 유보했다. 나름 중국 4대 기서인데 너무하네 휴_휴;
두 번째 후보는 구운몽(九雲夢). 국내 작품이고 인지도가 높다. 하지만 워낙 유명한데다가 분량이 긴 편이 아니라, 전에 봤던 기억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패쓰하기로 했다. 히로인[...] 여덟 명의 개성이 좀 애매한 것도 한 이유. 계섬월이랑 적경홍이 비슷하고 (주인공도 자고 일어나서 딴 사람인 줄 알았다는데 뭐 -_-;), 정경패와 난양 공주도 이미지가 유사한 듯.
세 번째 후보는 옥루몽(玉樓夢). 이것도 우리 나라 소설이다. 구운몽의 대 히트[...] 이후 양산된 수많은 아류작들 중에서 첫 손가락에 꼽힌다고 알고 있다. 승려 성진과 불교를 대세운 구운몽과 차별화하기 위해, 학문을 맡은 별 문창성이 선녀들과 놀다가 옥황상제의 벌(?)을 받고 인간계로 내려간다는 포맷을 채택했다. 구운몽보다 분량이 많고 주인공의 고난도 많으며, 히로인을 다섯 명으로 줄이면서 여성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히로인=착한 미녀' 라는 기본 공식을 깬 것도 주목할 일. 가만 그러고 보니 황 소저는 얀데레인가? ;;; 새로 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진 히로인에 해당되는 강남홍(홍란성)이 그닥 내 취향의 캐릭터가 아니라서 마음에 걸린다. '싸우는 소녀' 는 좋아하지만 코드기어스의 카렌처럼 별로 정이 안 간다.
네 번째 후보는 홍루몽(紅樓夢). 세계사 시간에 이름만 들어봤다. 중국에서 손에 꼽히는 책이지만 번역본은 비교적 최근에 나왔고, 후보들 중에서 유일하게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잠시 검색을 해 보니 이건 뭐랄까…옥루몽과 제목이 비슷해서 가비얍게 생각했는데, 좀더 진지하게 읽어야 할 것 같다. 원래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으로 환생하여 주인공이 된다는 점, 여러 미녀들과 얽힌다는 점은 그러려니 했지만 등장인물이 400명이 넘을 줄이야. 주인공과 두 여인의 삼각관계가 중심이 되고, 금릉십이채(金陵十二釵)라 불리는 열두 명의 미녀가 나오지만 성공 판타지가 아니라 비극적인 이야기인 것 같다. 호기심이 점점 커져서 결국 이걸로 낙찰.
그런데 도서관이 문을 닫았다 OTL
# by | 2008/02/23 20:07 | 취미생활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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