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누들』(Die Nudel) 렛츠 리뷰 ♪

1。어휘 소사전
2。옥의 티
3。파스타 열전
4。렛츠 리뷰 ♪

부제: 세계의 식탁을 점령한 음식의 문화사
분류: 문화사/문화비평
지은이: 크리스토프 나이트하르트 (Christoph Neidhart)
옮긴이: 박계수
출판사: 시공사
발행일: 2007년 12월
ISBN: 978-89-527-5070-9



훑어보기*…*…*…*…*…*…*…*…*…*…*…*…*…*…*…*…*…*…*…*…*

면의 장막을 젓가락으로 살짝 들춰보는 표지가 마음에 든다. 특히 면발과 젓가락에는 엠보싱이 들어가 있어서 실제로 책을 만질 때의 만족감을 높인다 (뒷표지에는 그런 거 없다). 하지만 뒷날개는 조금 아쉬웠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지만 글씨체와 이미지가 혼자 따로 노는 느낌이다.

책장을 넘겨 보면 노랑과 검정으로 인쇄된 삽화들이 눈에 띈다. 사실 노랑은 2도 인쇄에서 인기 있는 색이 아니다. 종이와의 대비가 덜해서 글자의 명시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이 책에서는 표지에서 나타낸 노릇노릇함을 안쪽의 삽화에서 다시 강조하는 효과를 노린 것 같다. 오스트리아 일러스트레이터 귄터 마타이(Günter Mattei)의 삽화는 세밀화에 가까운데, 유적의 모습이나 영화 포스터처럼 보통은 사진으로 처리되는(?) 이미지까지 모두 재해석했다. 만약 컬러 사진을 넣었다면 머리에 각인되는 속도는 빠르겠지만 이 책만의 '노릇한' 개성이 줄어들고, 컬러 인쇄에 맞춰 내지 종류까지 달라지지 않았을까?

홀수 페이지에는 젓가락, 짝수 페이지에는 포크를 각각 페이지 번호 위에 넣은 것을 보면 디자이너의 센스가 느껴진다. 원서 표지에도 당당히 등장한 이들은 동·서양에서 면을 먹을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식기다.
《 표지 이미지 출처: 알라딘

뜯어보기*…*…*…*…*…*…*…*…*…*…*…*…*…*…*…*…*…*…*…*…*

이 책은 국수의 문화사를 다루고 있지만, 비슷한 갈래의 다른 책들과 달리 순행적 구성 방식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저자는 먼저 전 세계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담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탈리아의 파스타, 중국의 수타면, 타지키스탄의 라그만, 러시아의 펠메니, 독일의 마울타셰, 베트남의 포, 일본의 소바 등 각국의 국수(+만두)가 가지는 의미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이다. 이 부분은 문화사라기보다는 여행기에 가까운 느낌이라 꽤 쉽게 읽힌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컴포트푸드(Comfort Food)에 대한 내용이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금방 먹을 수 있고 칼로리가 높지만 어른들은 항상 "먹지 말라" 고 하는 기름진 음식. 많은 미국인들에게는 깡통에 든 스파게티 미트볼이 이런 컴포트푸드라고 한다. 먹고 있으면 보호받는 느낌이 들어서 성인이 된 후에도 찾게 된다라…. 소라빵의 컴포트푸드는 역시 포장마차 간식인 것 같다. 떡볶이 국물을 묻힌 각종 튀김에 순대볶음을 곁들이고, 뜨거운 오뎅 국물을 마시면 정말 행복해진다 >_< (그래서 밀가루, 튀김가루, 가스비 인상으로 튀김 가격이 2개/1,000원이 되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_-+).

첫 번째 여행이 끝나면 저자는 밀의 역사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밀의 품종과 그 특성, 고대 사회에서 가졌던 의미를 거쳐 대량으로 생산되는 세계적 곡물이 되기까지의 여정이다. 중국과 유럽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무래도 유럽 쪽이 더 내용이 풍부하다. 로마와 게르만 민족이 대립할 때부터 '문명인'은 곡류와 과일을 주로 먹는, '야만인'은 육식을 하는 이미지가 생겨났다는 점이 재미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고깃심(?)이라는 개념이 있지 아마. 단체 식사의 단골 메뉴가 삼겹살인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읽은 신문 기사를 보면 육식이 참 비효율적이다 싶기도 하다.

마지막 '국수 문화' 파트는 유럽을 대표하는 국수인 파스타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아시아 국가 중 중국과 일본의 국수와 만두에 관한 이야기다. 원서의 독자는 독일어권 사람들이니 독일과 스위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술술 이어진다. 반면에 아시아를 다룰 때에는 단어 하나하나에 설명이 붙어 있다. 하지만 한국어판을 읽는 소라빵에게는 생소한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다가 저자의 해설도 별로 없는 '유럽의 국수 문화' 부분이 특히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어휘 소사전을 따로 만들었다 (이 소사전에는 지명이 없다. 지명만 모아서 '지도찾기'를 따로 만들다가 포기). 게다가 파스타의 종류도 좀 많았다. 각각의 모양이 궁금해서 파스타 열전을 포스팅했지만 아직도 20여 종류가 남았다.
《 홍콩의 명물 완탕면(雲呑麵)。이미지 출처: 머니투데이

면(麵)은 그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하고, 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고 편안한 음식이기에 정작 깊이 파고들 일은 없기도 하다. 요리법이나 지역의 명물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다룬 책이 많지만 국수 자체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그래서『누들』의 가장 큰 매력은 국수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들을 꼽자면, 일단 새로운 단어가 처음 나올 때는 그에 대한 설명을 해 줬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쿨라텔로(숙성시킬 때 고급 곰팡이를 넣은, 공기에 말린 햄)' 같은 경우 처음에 아무런 설명 없이 등장해서 의문을 낳는데, 나중에 다시 나올 때에서야 설명이 나온다. 이 단어 외에도 같은 경우가 종종 보인다. 원고를 편집하면서 이야기의 순서가 바뀐 걸까?

그리고 저자가 여러 나라를 다루고 있기 때문인지 외국어 표기에서 미흡한 점이 많은데, 중국과 일본을 다룬 부분이 특히 그렇다. 한어병음을 고려하지 않고 알파벳 표기 그대로 적은 중국어 발음이나, 성이 뒤로 가게 적은 일본 인명들을 보면 읽는 것을 계속 멈칫하게 된다. 한자 문화권의 나라들이니 알파벳보다는 한자를 병기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대표적인 오자인 '지아오지(jiaozi)'를 '자오즈(餃子)'라고 표기했더라면 훨씬 이해하기 빠를 것 같다. 이 책은 독일어로 쓰여졌지만 아시아의 국수에도 적잖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을 다룬 부분에서는 그 나라에 관련된 지식을 갖춘 사람의 감수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일일이 언급하기에는 실수가 좀 많아서 별도로 옥의 티 목록을 작성했다.

뒷이야기*…*…*…*…*…*…*…*…*…*…*…*…*…*…*…*…*…*…*…*…*

리뷰(review, 評)라는 단어는 묘하게 권위적이다. '지식을 두루 갖춘 사람이 제대로 쓰는 글' 이라는 인상이 강했고, 소라빵은 횡설수설한 '독후감' 에 그 이름을 붙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책을 신청할 때는 '전골칼국수의 세계화' 에 초점을 두고 리뷰같은 리뷰를 쓰려고 마음먹었는데, 예상했던 것과 책 내용이 달라서 적지 않게 당황했다. 쓰려던 이야기는 못 쓰겠고, 일단 받았으니 책값(?)은 해야겠고, 모르는 단어는 여기저기서 나오고…, 그러다 보니 얼렁뚱땅하게 보충 포스팅만 세 개를 썼다. 유_유

하지만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나 베트남 쌀국수(pho)의 역사가 의외로 꽤 짧다는 점은, 우리 나라의 전골칼국수도 충분히 '고유의 음식'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음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설에 방영된 세계를 사로잡는 한국음식을 다시 보면서 별도로 포스팅을 해야겠다. 저자가 아시아의 국수를 다루면서 한국의 면을 단편적으로만 언급한 것은, 아무래도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 국수에 비해 인지도가 낮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나라 국수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식이 된다면, 저자가 나중에 이 책의 개정판을 내면서 아예 한 부분을 할애하는 일이 생길지도…?

렛츠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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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쵸코소라빵 | 2008/02/20 15:17 | 취미생활 | 트랙백 | 핑백(4)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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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유월향 at 2008/02/21 19:58
저도 지금 렛츠리뷰를 쓰려고 하는데,
소라빵님하고 초록불님의 글이 오타... 등을 너무 잘 정리해 놓으셔서
트랙백 좀 걸고 쓰겠습니다. (* __)
혹시 맘에 안드신다면 덧글 남겨주세요~
Commented by 쵸코소라빵 at 2008/02/21 21:03
네~ 트랙백하셔도 괜찮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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