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08일
[도서] 사랑의 성전 아나토르 1·2

사랑의 성전 아나토르 1·2
지은이: 오리하라 미토
출판사: 화평사 (신세대X문고)
발행일: 1996년 11월/12월
ISBN: 89-85519-67-0
ISBN: 89-85519-70-0
참조기사 1: '말괄량이 쌍동이'와 '플롯시'를 기억하시나요
참조기사 2: "소녀들은 열광했지만 출판계선 가볍다 비판"
8~90년대 여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접했을 소녀소설! 지경사의 다렐르 시리즈나 말괄량이 쌍둥이(패트와 이자벨) 시리즈 등 수많은 책들이 사랑받았다. 소설은 아니지만 열광하며 읽었던 소라 시리즈도 기억난다. 자세한 시리즈별 책 제목과 각각의 레이블은 네이버 블로그: 반짝반짝 소녀소설방^^ 을 참조하시라.
그런데 이런 소녀소설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그리 곱지 않았다.
*…*…*…*…*…*…*…*…*…*…*…*…*…*…*…*…*…*…*…*…*…*…*…*
부모들은 이런 책이 아닌 <논리야 놀자>를 읽으라고 권했고, 출판계에서는 지경사를 가벼운 책을 들여오는 출판사로 매도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책을 만들고 싶었던 김병준 대표는 책은 무겁고 진지해야한다는 문단의 보수주의와 20여년간 싸워야했다. "국어학자 이오덕씨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표지가 알록달록하다', '왜 만화식의 삽화를 넣느냐'고 그러더라고요. 많이 싸웠죠."
'소녀'라는 것에도, '명랑'이라는 것에도 문단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영화나 TV 등의 영상 매체에서는 더욱 파격적인 실험을 시도하는데, 유독 책에는 엄숙한 진지성을 요구하는 것이 우리 문단의 특징이었다.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는 것도 비판의 여지를 남겼다.
- 참조기사 2에서 발췌
*…*…*…*…*…*…*…*…*…*…*…*…*…*…*…*…*…*…*…*…*…*…*…*
멀리 갈 것 없이 소라빵의 경우만 해도 그랬다 (2주에 한 번씩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 주셨는데도!). 그래서 적잖은 소녀소설을 외삼촌 댁에서 읽었다. 사촌 언니들의 방에 꽂혀 있는 '말괄량이 쌍둥이의 신학기'에 열광했고, '소라는 점쟁이'는 열심히 졸라서 받아온 뒤 학교에 가져가 친구들의 점을 봐 줬다.
그런데 문단에게 태클을 먹은 '만화식 삽화' 야말로 소녀소설 시리즈가 인기있었던 원인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에 말괄량이 쌍둥이 시리즈가 재판되었는데 그림체가 OTL이라, 같은 내용인데도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던 걸 떠올려 보면 더욱 그렇다. 삽화는 각 캐릭터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잡아 주고, 읽을 의욕을 높여 준다. 게다가 글로만 읽으면 장황할 장면이라도 삽화 한 컷으로 보면 훨씬 이해하기 빠르다. 어라, 그러고 보면 이 소녀소설이야말로 요즘 이래저래 화제가 되고 있는 '라이트 노벨'의 원조 격이 아닐까?
서두가 너무 길어졌으니 슬슬 본론으로 가야겠다. 이번에 소개할 '사랑의 성전 아나토르'는 90년대 중반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화평사의 '신세대X문고' 시리즈에 속하는 책이다. 일본 고단샤의 X문고 중 로우틴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틴즈 하트' 시리즈를 번역한 것으로, 내용은 한 권짜리 순정만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
앞서도 말했지만 이런 책을 사는 건 초등학생 소라빵에게 상당히 눈치보이는 일이었다. 마침 학교 근처의 이마트 + 유니코 매장에는 열린 ㅁ자로 책장을 배치하여 어린이책만 진열된 공간이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거기에 들어앉아서 당시 유행하던 게임북, 만화로 보는 우리 고전, 신세대X문고, 틴틴문고 등등을 신나게 읽고 집에 가는 게 일과였다 ㅋ_ㅋ; (이 때 하도 많이 읽어서인지 한동안 순정만화가 다 거기서 거기같아서 기피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 X문고 시리즈 중 유일하게 (몰래) 구입해서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아나토르'다. 스토리는 전형적인 차원이동물. 일상에서 도망만 치던 주인공 유나는 도서관에서 발견한 '아나토르 성전'을 읽고 다른 세계로 이동하여 '은의 별공주'가 된다. 그리고 '금의 사막왕' 슈라 사딘과 연인이 되어 용기를 가지고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이야기…랄까. 저연령 대상의 작품인만큼 그리 진지한 느낌은 들지 않지만 (전쟁을 하는데 한 쪽은 열심히 학살하고 한 쪽은 칼등으로 쳐서 기절만 시킨다는 게 말이 되냐 ㄲㄲㄲ 무슨 켄신도 아니고) 유나가 성장하는 모습과, 히어로인 슈라 왕자!!! 가 정말 좋았다. 언젠가부터 금발에 푸른 눈 대신 녹색 눈을 대입하기 시작한 건 순전히 슈라 왕자 때문이다 (으하하하하).
당시 X문고 중 가장 인기있던 건 고바야시 미유키의 작품들이었는데 (그림이 예뻐서), 오리하라 미토의 그림도 무척 예쁘다. 특히 1권에서 슈라 왕자가 첫등장하는 부분의 삽화는 지금 봐도 두근거리는데 초딩이었던 그 당시엔…. 몰래 책을 사서 밀반입할 정도였으니 뭐.
아나토르 시리즈는 3권까지 나오는 것으로 완결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즐겁게 아나토르를 읽은 다음 해에 어쩌다 일본에 가게 되었는데, 서점에 가 보니 웬 검은 머리의 남자가 유나와 같이 있는 아나토르 일러스트가 있었다?! 뭐야 이거 후속편이 있는 거였어? 일본어는 쥐뿔도 못 했지만 버닝하던 시리즈를 틀리게 볼 리는 없었다. 귀국하고부터 계속 다음 시리즈가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아나토르는 감감 무소식. 그리고 신세대X문고의 발간도 중지되어 버렸다.
나중에 안 진실은 이 시리즈가 무려 20권까지 나왔다는 것. 그것도 1990년부터 2006년까지다. 무려 16년. 소녀 시절에 1권을 본 독자들이 완결이 났을 때 학부모가 되는 정도랄까? ;;; 각 권의 표지는 오리하라 미토 공식 홈페이지 에서 볼 수 있다. 어쩐지 예전 그림이 더 예뻐 보이고, 이 나이에 읽기에는 유치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원서를 사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일본어를 못 하네…OTL
+) 기리에님의 리플을 읽고 보니 틴틴문고 중에 제일 좋아했던 유라♡준하 시리즈가 생각나서 표지를 긁어모아 보았다 -_-+ 틴틴문고의 에이스 격이었지. 은근히 미스테리 요소도 많았고, 그림도 예뻤고,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 취미가 여장[...]이라는 게 쇼킹했다.

# by | 2008/02/08 13:57 | 취미생활 | 트랙백 | 덧글(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저도 요새 틴틴문고 같은 예전 소녀소설들을 생각하면서 이런게 사실상 우리나라 최초의 번역 라이트노벨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학교 끝나면 친구들끼리 서점에 가서 틴틴문고 읽는 게 일종의 유행이었는데 제가 좋아했던 건 <날 좋아한다고 말하지마>에 연결되는 시리즈들이었습니다. 단권 에피소드 완결 형식에 어느 걸 먼저 봐도 무리 없는 구성, 삽화 등을 생각해 보면 역시 이 부류가 처음 도입된 라이트노벨이 아닌가 싶습니다.
틴틴문고도 인기있었지요. <날 좋아한다고 말하지 마>라면…, 유라♡준하 시리즈인데 저도 정말 좋아했어요. 만화 <수다쟁이 아마데우스>작가의 작품이라 더 주목받았고요. 소녀소설과 라이트노벨은 말씀하신 대로 구성 방식이 동일한 것 같아요. 물론 앞권부터 보면 좀더 낫지만 특별히 상·하권 구성이 된 게 아니라면 한 권에서 한 에피소드가 딱 끝나니까요 : )